
제물포 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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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울타리는 168개의 섬들이다. - 윤세빈
인천은 168개의 크고 작은 섬들을 품고 있는 다도해의 도시다. 그중 사람이 사는 유인도가 41곳이다. 옹진군에 23곳, 강화군 12곳, 중구 5곳, 서구 1곳 에 2020년 2월 말 기준 18만27명이 살고 있다. 어떤 시인은 섬을 일러 '물 울타리를 둘렀다'고 표현했는데, 인천은 섬으로 울타리를 쳤다. 도심을 보호하려는 듯 울타리를 겹겹이 둘렀다.
인천의 섬 중에는 제 이름보다도 '서해5도'라고 뭉뚱그려 불리는 곳들이 있다. '서해 최북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북방한계선을 말하는 'NLL'과도 짝을 이룬다. 바로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가 그 주인공들이다. 우도만 강화군에 속하고, 나머지는 옹진군이다.
우도는 앞에서 얘기한 유인도 41곳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도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섬을 지키는 해병대원들이 주둔하고 있다. 무인도로 분류되는 이유는 주민등록을 둔 주민이 없기 때문이다. 2009년 3월, 취재를 위해 우도에 들어갔다. 연평도 짜장면집 주인과 중구 신포동 닭강정집 사장의 해병대원 위문 봉사활동에 동행한 것이다. 썰물 때는 갯벌 위를 걸어, 북녘을 오갈 수 있을 듯이 가까웠다. 이처럼 지척에서 북한군과 마주하기 때문에 우도의 군인들은 늘 긴장 상태에 있다고 했다. 그러니 짜장면과 닭강정을 푸짐하게 들고 온 봉사단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인천에서 뱃길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라고 할 만하다. 사곶천연비행장, 콩돌해안, 감람암 포획 현무암, 물범, 네 가지는 실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사곶천연비행장은 이탈리아 나폴리해안과 더불어 세계에서 두 곳뿐인 백사장 활주로다. 썰물 때의 활주로는 길이 3킬로미터, 폭 200미터로 나폴리보다 크다. 6·25 전쟁 당시에는 물론이고 군사통제구역에서 해제된 1989년 초까지 군용비행장으로 쓰였다.
바닷물이 오랜 세월 들락거리며 다져낸 단단함이 얼마나 강한지 대형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 천연비행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인공비행장 건설 사업이 추진 중이다. 작은 섬에 천연비행장과 인공비행장이 같이 있는 곳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콩돌해안에서는 눈 호강만 할 것은 아니다. 백령도의 파도가 오랜 세월 옥처럼 빚어낸 혐형색색의 자갈들은, 여기가 아니고는 들을 수 없는 천연의 오케스트라 선율을 들려준다. 파도가 밀려들었다가 나갈 때, 수많은 자갈들이 살짝살짝 오르내리게 되는데 파도치는 소리와 돌 부딪히는 소리가 참으로 묘한 화음을 낸다.
백령도에서 가까운 대청도와 소청도 역시 수도권에 묶여 있으면서 저 멀리 제주도만큼이나 색다름을 주는 섬들이다. 백령도를 오가는 배편이 두 섬에도 들르기 때문에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여행은 하나로 묶어서 하는 패키지 상품이다. 대청도는 울창한 소나무 숲과 함께 섬을 빙 둘러 곳곳에 펼쳐진 해변들이 특별하게 아름답다. 사탄동해변으로 불리기도 하는 모래울해변, 농여해변, 미아동해변, 지두리해변, 옥죽동해변, 답동해변 등은 섬 여행자라면 꼭 둘러봐야 할 곳들이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대청도 동백나무 자생지는 4월 중순에 만개해 절정을 이루는 천연기념물이다. 옥죽동 모래사막은 바닷가가 아닌 산 중턱에 모래언덕이 드넓게 펼쳐진 기이한 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옥죽포해변의 모래를 바람이 산으로 날려 쌓인 게 사막을 만들었다니,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을까 싶다.
소청도는 기암괴석의 섬이다. 흰색의 대리석이 띠 모양을 이루는 '분바위 해안은 밤에 진가를 발휘한다. 달빛에 비치는 모습이 얼마나 뽀얀지 '월띠’라고도 불린다. 달빛이 없는 그믐밤에도, 그 하얀 모습이 빛을 내 밤에 들어오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할 정도라고 한다. 이 대리석 띠는 8억7천만 년 전의 지층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환경부는 2019년 7월 백령도의 두무진과 대청도 해안사구, 소청도 분바위 등 10곳을 묶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인천시는 관광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인증을 추진 중이다.
서해5도의 하나라고는 하지만 연평도로 가는 뱃길은 따로 있다. 인천항에서 145킬로미터, 2시간 30분 정도 가야 한다. 연평도라는 이름은, 기차가 달리는 것처럼 평평하면서 길게 뻗친 모양을 띠고 있어 붙었다고 한다. 소연평도와 대연평도로 나뉘는데, 인천에서 가는 배는 소연평도에 먼저 들른다. 소연평도에서는 사람 얼굴 형상을 한 얼굴바위가 먼저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대연평도 선착장은 당섬에 있고, 당섬에서 대연평도까지 연륙교로 이어진다.
대연평도의 절경이라면 병풍바위와 가래칠기해변을 들 수 있다. 조기역사관에 올라 북서쪽 해변을 바라보면 자연이 빚어낸 병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구리동해수욕장, 등대공원, 빠삐용절벽 등 시간 내서 구경할 만한 명소들이 많다. 2010년 북한군의 느닷없는 포격으로 파괴된 현장에는, 안보교육장이 세워졌고, 북녘이 손에 잡히는 방향전망대도 있다. 봄이나 가을에 연평도를 찾는다면 꽃게를 먹어야 한다. '조기의 섬'에서 '꽃게의 섬'으로 변신한 연평도의 꽃게 맛은 도심에서 먹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덕적도와 문갑도, 굴업도, 소야도, 백아도, 울도, 지도 등 덕적군도의 절경도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손색이 없다. 소나무 숲이 일품인 서포리해변, 갯바위 낚시에 제격인 소재 해변과 밧지름해변, 자갈을 밟으며 해수욕도 즐길 수 있는 능동자갈해변, 덕적군도의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비조봉 등 둘러볼 곳이 많다.
섬 마을 풍경 속에서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서울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섬은 신도, 시도, 모도다. 섬들이 연도교로 이어져 삼형제섬이라 부르기도 하고 세 섬의 이름자를 하나씩 따 '신시모도'라 부르기도 한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신도선착장에 닿는다. 신도선착장 주변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여러 곳 있다. 자동차를 가져오지 않아도 하루 코스로 여행하기에 딱 맞는 에코 섬이라 할 수 있다.
신시모도에 장봉도를 더하면 행정구역으로는 옹진군 북도면이 된다. 그런데 그 이름이 영 어색하다. 옹진군의 북쪽에 있는 섬이란 말인데 신시모도와 장봉도는 옹진군의 동쪽에 있다. 예전에는 신시모도, 장봉도가 강화에 속해 있었다. 1914년 일제강점기에 부천군에 편입되면서, 부천군의 북쪽에 있는 섬이라 하여 북도면으로 칭했다. 1973년 경기도 옹진군에 포함되었고, 인천에 속하게 된 시기는 1995년 3월 1일이다. 현재 영종도에서 신도를 거쳐 강화에 이르는 도로개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는 배를 타지 않고 신시모도에 오갈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앞에서 인천의 유인도가 41개라고 했는데 이 중 특이한 이름을 가진 섬이 하나 있다. 40개가 '무슨무슨 도'라고 하여 섬 도자로 끝나는데 강화군의 '섬돌모루'만은 섬 도 자를 쓰지 않는다. 강화에서 석모대교를 타고 석모도에 들어가면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볼 수 있다. 원래는 무인도였는데 1980년대 후반 이곳에 가족호텔을 비롯한 휴양지로 개발하기 위한 공사가 이루어지면서, 관리인이 주소를 옮겨 유인도가 되었다. 5공 시절 정권 핵심부에 있던 사람의 가족이 이 섬을 사들였다.
이후 전기가 들어가고, 전화 회선도 깔렸다. ‘섬돌모루’란 이름의 회사도 만들었는데, 정권이 바뀐 뒤 1990년대 초반에 이 회사 임직원 3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섬을 관리하던 이가 세상을 떠나면서 무인도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