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물포 FM
제물포 FM
인천 인문여행 #4 90년의 세월이 겹쳐지는 순간, 소래포구 - 박주하
인천 인문여행 #4 90년의 세월이 겹쳐지는 순간, 소래포구
소래포구에 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협궤용 증기기관차와 현대식 전철이 교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래 역사 전시관 앞마당에 놓인 증기기관차의 머리는, 새로 뚫린 수인선 철로를 향하고 있다. 수인선 전철이 오가는 시간에 맞추어, 이 증기기관차의 뒷부분에 서 있으면 그 교차점을 포착할 수 있다. 짧게는 40년, 길게는 90년의 세월이 겹쳐지는 순간이다.
1927년 제작된 이 증기기관차는 1937년 8월부터 수원역~남인천역 간 52킬로미터의 수인선을 달렸다. 디젤기관차가 나온 1978년 여름까지 운행했고, 수인선은 1995년 12월 31일 멈췄다. 이 증기기관차는 한때 대관령 휴게소에 전시되어 있다가, 2008년 7월 소래역과 가까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소래 역사전시관은 소래포구 주변을 둘러보기 위한 사전답사지라고 할 수 있다. 포구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 변천과, 수인선에 얽힌 애환, 소래염전에서 소금 내던 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을 미리 훑어볼 수 있게 꾸며 놓았다. 소래포구에 왔다면 소래철교를 꼭 건너볼 필요가 있다.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와 경기도 시흥시 월곶을 연결하는 소래철교는 옛 수인선 열차가 다니던 철로다. 수인선 운행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철길이 되었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철교 위를 처음 올라선 이라면 약간의 무서움에, 오금이 저리는 느낌과 짜릿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철교 바로 옆에는 19세기 후반, 외국 선박을 막기 위해 설치한 장도포대지도 보존되어 있다. 예전에는 포가 3기나 있었다고 한다.
소래포구 증기기관차와 전철, 소래 어시장은 팔딱팔딱 숨을 쉰다. 생물이건 건어물이건, 대부분 수산물을 좌판에 내놓고 판다. 배가 들어오는 현장에 있는 어시장이니 당연히 손님들은 물건에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다. 참으로 살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아, 여행자의 주머니는 자꾸 가벼워지고 보따리는 이것저것 늘어난다.
소래습지 생태공원은 포구에서 살짝 떨어져 있다.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먼저 자전거 빌려주는 곳이 눈에 띄고, 주차장은 넓다. 생태공원 입구에는 다리가 하나 있다. 소염교, 이름처럼 소래염전으로 가는 다리다. 생태공원은 예전에 염전이었다. 이곳에 처음 다리가 생긴 건 1933년, 이듬해에 소래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소래역까지 운반하기 위한 철로가 이 다리에 부설되었다고 한다. 염전은 1996년 문을 닫았지만, 다리는 몇 차례 변신을 거쳐 살아남았다.
소래습지 생태공원은 아파트단지가 가득한 도심 속 허파라고 할 만하다. 갯골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것도 지켜볼 수 있고, 나문재 같은 염생식물도 드넓게 펼쳐져 있다. 괭이갈매기, 흰뺨 검둥오리, 저어새, 개개비, 방울새, 붉은발도요 등 그 이름도 낯선 새들을 철따라 만날 수 있다. 포구와 갯골, 나문재 밭을 거쳐 오는 바람은 얼마나 짭조름한지. 생태전시관, 전망대, 해수 족욕장, 갯벌 체험장, 염전 관찰데크, 탐조대, 쉼터 등 시설이 다양하다. 관람용 염전에 가면 토판, 옹패판, 타일판등 결정지 바닥의 변천과, 염전에서 쓰던 온갖 기구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살필 수 있다.
이곳은 특히 자전거 코스로 이름이 높다. 자전거를 타고 8킬로미터 떨어진 인천 대공원까지 다녀오는 것도 추천코스다. 인천 대공원에도 볼거리가 많다. 동물원과 수목원, 목재 체험관, 반려동물 놀이터까지 갖춰 놓았다. 백범광장에 들러 아들 백범과, 그 어머니 곽낙원 여사의 동상을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다.